비가림헛간, 꼭 필요한가?
농막 생활을 몇 년째 하고 있으면서도 사실 지금까지 눈, 비를 가리는 헛간 같은 공간이 없었습니다. 농막 뒤에 차양을 설치한 공간이 있기는 한데 살림살이나 농기구 등을 가져다 놓기 시작하니 항상 만원이라 그야말로 땔감이나 기타 허드레 물건들은 할 수 없이 노지에 덮어두는 방법 외에는 없었지요. 땔감의 경우 비닐 등으로 위를 덮어두는데 처음에야 별 문제없지만 시간이 지나고 비닐에 구멍이 나고 삭기 시작합니다. 여기에 눈이나 비가 오면 나무가 젖기 마련입니다. 특히 불쏘시개용 작은 가지들은 항상 뽀송해야 아궁이 불을 피우기 용이하지 않겠습니까? 눈, 비로부터 장작과 허드레 것들을 마음 놓고 가져다 놓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큰맘 먹고 한번 비가림 헛간을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농막생활 필수 공간이긴 한데 어떻게 짓지?
일반 농가를 보면 이런 허드레 공간이 많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어차피 필요한 비닐하우스를 짓고 이 안에 각종 물건들을 적치하면 되는거죠. 좋긴 한데 이렇게 하면 비용이 장난 아닙니다. 허드레 공간용이라기 보단 하우스를 짓는다고 여기면 맞을 겁니다. 이렇게 하셔도 되고...
이게 아니라 그냥 눈 비만 가리고 물건만 쌓아둘 수 있으면 된다 하면 별도로 구상을 해야 합니다. 남에게 보여주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삐까번쩍 만들 필요도 전혀 없고요. 우선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내가 확보하기 쉬운 재료가 무엇인지 알아보는 게 최선일 겁니다. 사용하고 남은 철골 강관이 있다던가... 비닐하우스 기둥이 남았다든가, 통나무가 많다던가... 요는 소재가 무엇이든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얹으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곳은 숲이 우거지고 나무가 많아서 서까래나 기둥재로 쓰일 통나무는 그래도 쉽게 구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자연 통나무를 다듬고 자르는 일도 만만한 일은 아닙니다. 건축을 할 때 맞춰야 하는 수직 수평 역시 잡기가 어렵습니다. 결국 건축 현장에서 버려지는 폐자재 중 각목들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조금 쉽게 얻을만했으니까요. 헛간의 구조라는 것도 사각 형태에 네 곳의 기둥, 그 위에 얹을 들보 그리고 지붕 이게 전부니 복잡할 것도 없습니다. 폐자재가 마련되자 바로 일을 시작합니다.
작업 도구는 무엇이 있어야 하나?
작업도구: 줄자 엔진톱 손톱 전동드릴 망치 끌 못 나사 꺽쇠 사다리 플라스틱 슬레이트(6장)와 고정용 피스 등등
뭐를 만드려면 먼저 재봐야겠지요. 줄자가 필요합니다. 농막에 잇대서 헛간을 짓기로 했는데 한 면을 확실하게 지지 고정할 수 있는 면이 쉽게 확보되어 작업이 한결 쉬웠습니다.
농막 뒷공간의 기둥으로 세웠던 통나무에 각목을 절반폭 정도 끼워 넣을 만큼의 홈을 팠습니다. 각목을 넣고 홈에 걸치지 않은 각목의 밑부분은 꺽쇠로 밑에서 받치며 고정하니까 자연스럽게 한면의 힘 받는 기둥이 만들어집니다. 이 정도면 절반은 쉽게 끝난 듯싶습니다. 반대편 두 곳의 기둥을 마저 세우고 이들 기둥을 잡아주기 위해 윗면에 지지 버팀목을 올립니다. 이 버팀목들 위에 네 개의 지붕용 가로목을 올리고 지붕을 얹어주면 헛간은 완성인데요. 말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군요... 쩝. 결국 애지 간한 압력에도 흔들림이 없으면 되는 거니까 목재와 목재의 연결을 강하게 하기 위한 고정작업이 중요했습니다. 플라스틱 슬레이트의 경우에는 강풍에 앞처마가 들리지 않도록 조금 짧게(한 15센티) 조정을 하고 고정을 했습니다. 지붕의 경사는 15도 정도 후방 경사입니다. 이 경사를 맞추려고 나무를 비스듬히 자르는데 맞는 듯 보여도 대보면 틀어져서 톱질을 많이 했습니다.
전문가들이야 칼로 잰 듯 정확하게 만들겠지만 초짜인 마당에 완성도가 문제가 아니라 탄탄히만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래 살펴보면 웃음이 나올만한 곳곳이 보이는데... 뭐 어떻습니까?
비가림 헛간을 짓는 영상은 추가로 이 페이지에 올릴 생각입니다.
혼자라서 힘든 점은...
우선 잡아주는 도움이 없어서 기둥 세우기가 난감합니다. 다행히도 건축 자재로 쓰였던 각목들이라 수직 수평각이 제법 잘 맞았습니다. 그래서 먼저 바닥에 수평을 맞춰 각목을 깔고 그 끝단면에 수직으로 기둥각목을 댑니다. 짧은 나무로 앞 뒤 좌 우 비스듬히 기둥목을 받쳐 일단 세워놓고, 바닥에 깔았던 나무와 기둥목을 살며시 잡고 90도 꺽쇠로 고정합니다. 이런 방법으로 두 개의 기둥을 세운 후 나사를 이용해 버팀목을 이어줬습니다. 기둥 상부가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지요. 여러 부분에서 나무가 만나는 곳마다 꺽쇠와 평철 등을 사용해 각을 맞추고 고정했는데 이렇게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으나 나중에 보니 그래도 엄청 탄탄하더군요...ㅎㅎ
미처 다하지 못한 작업...
비가림헛간 내부 공간에 지붕버팀목을 중간쯤에서 수직으로 받쳐주는 기둥이 없는데요. 물론 이것을 해 놓으면 탄탄하긴 할텐데 불편할 것이고 또 사용한 긴 가로목이 나름 꽤 탄탄해서 휠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플라스틱 슬레이트 지붕 정도야 충분히 견딜 것인데 문제는 사람이 지붕에 올라가도 될 만큼 강할까는 의문입니다. 뭔가 일이 날 것 같기도 하고요. 이 때문에 지붕 슬레이트 상하부에는 고정 피스를 충분히 박았는데 중간 부분... 차마 딛고 올라가서 작업하기엔 걱정이 돼서 중간 부분에는 고정 나사를 박지 못했습니다. 모험을 하긴 싫고 중간 고정을 하지 않아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그때 가서 보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설마 문제가 생길라나.... 비가림헛간이라 하더라도 사실 한 걱정을 하면서 일을 시작했는데 하고 보니 막상 순탄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헛간을 채울 땔감을 마련하려면 이제 다시 엔진톱을 들어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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