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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막 생활

산방으로 떠나는 겨울여행

by 두_메 2023.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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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메산방으로의 복귀

해가 바뀌고 두메산방을 잠시 비웠다. 산중이 좋아 산에 있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설 명절인데 찾아볼 얼굴도 있고 인사드려야 할 분들도 계시고... 그래 한동안 농막, 두메산방을 혼자 두었다.

다시 복귀하는 날... 하필이면 일기예보는 폭설을 알려 왔는데 아닌게 아니라 결국 차는 마을 끝에 세워두고 갖은 부식과 물품들은 등산배낭에 채운다. 한번 들어가면 아마 나오기도 쉽지 않을 터...이다. 고갯마루로 향하는 농로길은 이미 눈으로 덮였고 그 밑으로는 또 얼음이 두껍다. 이럴 걸 예상하고 이미 차에 싣고 있었던 가래와 빗자루를 어깨에 둘러맨 채 기다리고 있을 산방으로 향한다.

 

비워 논 집은 금방 상한다더니...

그새 정들었나... 산방을 다시 보니 반가운 마음에 잘 있었나 라는 소리가 절로 튀어 나온다. 아끼던 물건을 마당에 던져두고 외출했다가 다시 보는 느낌...?  ㅎㅎ. 척 봐도 비워 두었었다는 티가 금방 나는구먼... 장작을 덮어 두었던 소나무 가지들은 바람에 날려 이리저리 흩어져 있다. 이 겨울 나를 지켜 줄  장작더미 위에 눈 맞지 말라고 덮어 두었던 비닐은 한쪽이 벗겨져 너풀거린다.  헉.  미안쿠만. 혹여라도 내가 이곳을 비울 때면 앞으로 잘해 줄거구만... 참아라잉...? 산방에 들어와 있어도 벽을 때리는 눈바람과 높은 소나무를 타고 넘는 바람소리가 마치 내 위로 덮쳐드는 듯하다. 이렇게 밤새 눈보라는 몰아쳤다.

고요한 아침... 눈 온 뒤 느껴지는 편안한 고요...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사방의 아침 눈풍경...

 

 

명절 뒤끝... 나에게로 떠나온 겨울여행...

 

덮이면 뚫어놔야 길이 된다...

폭설에 눈은 엄청 쌓였다. 남향이라 해만 좋다면 양지녘은 금방 눈이 녹을 터지만 그 금방이라는 걸 확신할 수 없으니 눈 그친 지금은 이제 쓸어서 길을 내야 한다.  산방 주변이야 잠시잠깐 비질하면 끝나는 일... 고갯마루까지 걸어갈 수 있는 길을 내는데 하루,  고개에서 응달진 경사길 눈 청소에 하루... 대충 봐도 길 내는데 2박 3일이다... 길게 길을 내도 이용객은 오로지 나 하나.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고 하지만 이런 비유를 눈 치우는 작업에 쓰기는 싫다.  자존심이 있지 않은가... 눈은 내가 치우지만 그렇다고 세상을 향해 목마른 건 이제 아니다... 아무도 찾지 않지만 세상과의 소통의 길은 스스로 열어 놓는다... 옳거니 이런 게 맘에 드네...ㅎㅎ

명절 뒤끝 다시 찾은 두메산방. 나 혼자 떠나온 겨울여행의 참맛을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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