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생활의 시작 - 집이냐 농막이냐...!
산중에서 생활을 해보려 하니 우선 걸림돌은 주거문제였다. 생활할 방이 필요한데 집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임시 거처인 농막으로 시작할 것인가. 편하기로 말하면 다 갖춰진 집이 낫지만 이곳의 환경이 워낙 받쳐 주지 않는 터... 전기를 끌어오자면 돈이 너무 많이 들고 또 건축자재를 실어오는 일도 만만치 않고... 무엇보다 과연 두메 자신이 집을 지을 정도로 이곳에 오래도록 지낼 수 있을까 하는 것에 대한 확신이 없다. 일단 지내보고 결정한다 치면 굳이 집이어야 할 필요는 없었다. 번듯한 귀촌보다는 자연인 같은 최소한의 거주만으로 산방 생활을 시작하기로 한다.
농막 위치 선정
산방이 위치할 두메의 땅은 해발 800미터 고지면서 골짜기와 접해 있다. 구조물을 앉힐 평지는 마뜩치 않고 전체적 지형이 골짜기 개울로 향하는 경사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 뼘 쉴 공간을 만들라치면 결국 지반을 깎아내는 토목공사를 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야 농막이라도 하나 놓을 수 있을 듯싶다.
평지를 넓게 만들면 좋기는 하나 산의 절단면 경사가 너무 높아지고 가팔라져서 위험하지 않을까... 농막을 중심으로 적당한 평지, 앞뒤의 절단면이 위압적이지 않고 만만한 정도... 골짜기 방향으로 생기는 단차를 고려해 단차 밑에는 또다른 평지를 작게나마 조성한다... 조성할 평지는 주차장 부지보다는 조금 높아야 빗물 흐름이나 조망 차원에서도 낫지 않을까...
터 닦기 공사라는 게 경사면 흙을 깎아내고 이 흙으로 밑쪽 경사를 메우면서 다지는 작업. 결국 타협점을 찾아야 했다. 농막을 놓을 위치와 높이 정도만 어림짐작으로 결정을 하고 일손을 수배한다.
농막 공사 사전 준비
내심 올 겨울(2019년)부터 이곳에서 지내보자고 마음먹었던 터지만 살면서 아파트만 돌아다녔던 만큼 건축 공사와 같은 일에 전혀 경험이 없는 처지라 시작부터가 막막했다.
그런데 일이 잘 풀리려는지 마침 윗집 사과밭 주인 강사장이 건축일을 한다고 한다. 운을 띄우자 그는 흔쾌히 일을 맡겠다고 승낙한다. 터파기 작업을 할 중장비는 인접 배추밭주인 함선생으로부터 소개를 받았다. 투입 장비는 공투, 비용은 하루 50만 원... 기사 분과 대략 작업이 가능한 날짜를 정했다.
기초공사가 끝나면 곧바로 농막 짓기 작업을 시작할 요량이다. 평탄 면적이나 절단면 경사도와 높이 등은 실제 작업을 하면서 장비 기사와 상의하는 것이 가장 낫다 싶었다.
행동은 단호한데 생각은 많아진다...
지난 11월에 측량을 하고 바로 토목공사를 하는 게 너무 급하게 몰아붙이는가 싶기도 하다. 한편으론 번듯한 집을 짓는 것도 아니고 기껏 농막 하나 세우는데 무슨 큰 문제가 있으랴 하는 생각도 하면서 일을 저지른다...
그런데 정말로 괜찮은 짓인가 라는 생각이 마음 한편에 도사리고 앉아 사라지질 않는다.
"도시에서만 살던 당신이 자연인처럼 수도승처럼 산방 생활을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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