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막은 필요한가?
산에 들어와 살아보자는 생각을 한 이후로 거주공간에 대한 고민은 자주 있어왔다. 농가에 방을 얻는다... 빈 촌집을 알아본다... 농막을 짓는다... 이동식 하우스를 갖다 놓는다... 등등. 이동식 하우스가 편하다 하지만 이것을 실은 트레일러 차량이 고개를 넘어 무사히 오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빈집을 얻는 것도 만만치 않은 것이 요즘 시골에서는 빈집이 있어도 세를 주지 않고 외국인 노동자에게 잠깐 월방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번 들어오면 나가기도 큰맘 먹어야 하는 두메의 산골짜기. 외딴 산골에서 농사라도 지으려면 어떤 식으로든 잠깐잠깐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결국 농막을 지어야 한다는 얘기인데 그렇다면 과연 두메의 농막은 어떻게 지어야 할까...
장작 아궁이 농막
면적 20제곱미터 이내의 가설건축물, 이게 농막이다. 언제든 철거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고정식으로, 말하자면 콘크리트 벽돌로 지어져서는 규정 위반이다. 게다가 전기도 들어오지 않기에 전기를 사용하는 편의시설도 별 필요치 않다 싶었다. 비용이 저렴하면서 간단하게 짓는 방법을 찾는 게 최선이다.
두메의 산골짜기 환경을 고려하면, 전기 시설을 기본으로 하는 조립식 주택과 주거용 컨테이너 하우스는 일찌감치 탈락... 산골의 강추위를 고려하면 난방이 중요한데 가성비 측면에서 재래식 장작 아궁이가 제일 좋지 않을 까...? 그래 아궁이와 구들장을 써야 한다면 결국 맞는 자재를 들여와 직접 지어야 한단 결론이다. 고맙게도 건축일이 본업인 이웃 사과밭 주인 강사장이 경험 없는 두메에게는 구세주였다.
농막 설계 구상
자신의 농막을 직접 지었던 강사장의 의견대로 두메의 농막은 경사지붕을 가진 조립식 패널집으로 하는데 최종 조율은 다음과 같다. 3m x 6m 사이즈로 두 칸 형태(아궁이 부엌과 구들을 놓은 방), 150T 두께의 패널로 벽과 천장을 하고 부엌과 방의 격벽은 50T 패널로... 경사지붕과 천장 사이에는 공기격벽을 둔다... 방에는 두 개의 이중창을 설치하는데 전면에는 크게, 후면은 작게... 부엌 칸에는 출입문과 중창을 만드는데 출입문은 튼튼한 방화문으로 한다... 철근각관이나 장비 등 필요한 자재 일체를 강사장이 직접 조달하기로 하고 공사마저도 강사장 포함 두 사람이 직접 한다 하니 고마울 따름이다. 일당 외 자재는 조달 원가로 하겠단다. 또한 전체적인 비용은 자재비와 인건비가 엇비슷할 거라고 귀띔한다.
2019년 11월...12월도 며칠 남지 않았다. 날은 이미 겨울로 가려는 듯하다. 이왕에 시작하는 일, 땅이 얼기 전에 완성이 되길 바라면서도 모든 시작이 그러하듯 마음 한편이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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