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파기 공사 하는 날
약간은 설레는 마음으로 일찌거니 산에 들어온다. 내심 농막 터를 삼기로 한 곳을 중심으로 어떤 나무들을 파내야 할지 둘러본다. 소나무, 떡갈나무, 신나무, 생강나무, 물푸레, 찔레 기타 활엽 관목 등등... 중에서 소나무와 꽃나무를 제외하고는 없애도 될 것 같았다. 살아있는 나무를 파낸다는 게 찜찜하지만 공사를 위해선 도리가 없다.
땅이 얼기 전에 모든 공사가 잘 마무리되기를 바랄 뿐이다. (2019년 11월 19일)
터닦기
아침 7시 반쯤이 되면서 공투 장비를 실은 8톤 트럭이 고갯길을 내려온다. 하루 작업 시간은 오전 8시에서 오후 5시까지. 12시 점심을 위한 1시간을 제외하면 정확히 8시간이다. 요즘은 해가 짧고 더구나 산중이라 날은 더 금방 어두워지는데 작업시간은 나름 칼같이 지켜진다.
공투에 달린 바가지가 산비탈의 나무들을 뿌리째 뽑기 시작한다. 이들 중 무엇이 보전할만한 귀중한 놈인지 내 안목으로는 알 수 없다. 해서 기사에게 살릴만한 나무는 미리 흙채 파달라고 부탁을 한다. 매일 하는 일이라 척 보면 아니 걱정을 말라하는데... 허허. 그런가... 걱정대로 일끝날 때까지 살려야 한다는 나무는 한 그루도 나오지 않았다.
터 닦기 공사는 나무와 돌을 캐내면서 비탈면 흙을 떠낸 다음 그 흙을 아래로 메우고 평탄면을 다지는 작업이다. 애초에 삽 한 자루로 이 모든 일을 해볼까도 생각했었는데 장비의 작업 속도를 보니 할 말이 없어진다.
농막 터는 옛 화전민 집터
터 파기를 하는 동안 하나둘 구들장 돌이 나오기 시작한다.
한쪽 면이 까맣게 변한 돌들을 보니 한결 위안이 된다. 이곳 주변이 인적이라곤 없는 장소여서 터를 잡기에 적당한지 내심 불안한 구석이 있었는데 이 장소가 예전 주민의 집터였다면 생활환경이 그래도 괜찮다는 방증이니까... 굿이었다.
얘기를 들어보면 이곳 여기저기에 여섯 집 정도의 화전민이 살았다고 한다. 숲 속에 약간 평탄한 땅은 아마도 그들이 일군 밭이었지 않을까...
농막 터 닦기 공사 이틀
공사를 지켜보며 주변 나무 쓰레기 등을 한 곳으로 치웠는데 장비가 거의 도맡아 하니 사실 맨손으로 거들만한 건 없다. 한다면 기사의 간식이나 커피, 점심 식사를 챙기는 것인데 두메도 역시 여관 잠을 자는 처지인지라 직접 마련은 생각도 못한다.
차를 타고 나가 사 오기도 하고 점심 때는 함께 나가 식사를 하고 온다. 얘기 중에 안거지만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현장에 내온다고 한다. 일하다가 밖에서 먹게 되면 작업시간을 잡아먹게 되니 그게 싫은 탓도 있고 또 직접 준비해서 내오면 정성도 보이고... 어쨌건 이렇게 농막 터파기 공사는 이틀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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