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사이 눈이 내리고...
2019년 11월 29일. 밤 사이 눈발이 뿌려졌다. 두메산방으로 가면서 보니 재 너머 마을에도 눈이 내려앉았는데 다행히도 농로에 닿은 눈은 많이 녹아 있었다. 그러나 정작 걱정되는 곳은 고개 근처 음지 쪽 가파른 경사길이다. 이 길에 눈이 온 다음 녹았다가 얼면 그야말로 자동차가 가긴 어렵기 때문이다. 농막 짓기 이틀 차. 근심스러운 마음으로 운전해 보지만 역시 결국 차량을 고개 초입에 주차하고 걸어가야만 했다.
빙판으로 변한 고갯길
고갯길 윗부분은 눈이 덮여 있다. 고라니도 지나갔는지 그 녀석 발자국도 선명히 찍혀 있다. 그러나 그 아랫길 쪽은 눈이 녹은 다음 얼어붙어 반들반들해 보인다. 대략 난감한 상황... 일하러 가는 궤도 중장비는 털털털 천천히 올라간다. 그렇긴 해도 역시 빙판은 피해서 간다. 궤도차가 눈길, 빙판길에 일반 차량보다 유리하긴 하지만 경사진 빙판길에서 옆으로 미끄러지면 대형 사고로 연결되기 때문에 조심할 수밖에 없다. 아침나절 강사장네 형제도 트럭을 세워 두고 걸어 넘어온다.
패널 조립
오늘 일은 패널 조립이다. 겨울철 산골의 혹독한 추위를 고려하여 당초 150T 스티로폼 패널로 하기로 했지만 인근 지역에서 자재를 구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타 지역에서 가져오면 운반비가 많이 들어 고민하던 중 상의 끝에 100T 패널로 하기로 했다. 강사장 말로는 방한 보온성에 있어서 크게 차이 나지는 않는다고 한다. 철골 기둥에 패널을 세우고 긴 나사로 고정한다. 패널과 패널은 아귀를 맞추어 끼워 넣으면 되니 조립 자체는 그야말로 순식간이다. 사방으로 벽체가 조립되기 시작하니 휑덩그런 공간이 제법 집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오후에 날이 좀 풀리자 농막 터의 바닥은 진흙이 되어 신발창에 두텁게 들러붙는다. 이럴 때 참 지랄 맞다고 해야 하나...
시멘트 포대 싣고 고갯길 오르기...
마을로 나가 점심 식사를 한 후에 시멘트 몰타르 20 포대를 싣고 다시 빙판 고갯길에 도전한다. 강사장의 1톤 트럭이 고개를 넘어가야 했다. 몇 번 오르는 시도를 했는데 4륜 화물차도 역부족인 듯... 미끄러진다.... 헛바퀴만 돌고... 방법은 없나...? 일반 차량의 눈길 빙판길 운전 시에는 출발할 때 급발진보다는 부드럽게 천천히 움직이고,미끄럼 방지 혹은 자세 제어 장치를 끄고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빙판 경사에는 가능할 것 같진 않다. 결국 흙을 길바닥에 적당히(_너무 많이 뿌리면 오히려 미끄러지기 쉽다_) 뿌리고 밑에서부터 가속을 해서 그 관성으로 빙판 언덕을 치고 올라가기로 하는데 대성공...이었다.
얼추 벽채 패널 조립은 진도가 나간다. 하나 약간의 눈에도 교통 왕래가 안되는데 향후 폭설이 오면 과연 어떻게 될까... 큰 눈이 오는 일 없이 무탈하게 공사도 마무리되어야 하는데... 은근히 생각이 많아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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