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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작물 재배

가지 재배하는 법-모종 심는 시기, 모종 심기, 줄기 정리, 잎따주기

by 두_메 2024.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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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도 텃밭에 심었던 작물 중 하나가 가지다. 산 중에서는 대부분의 작물을 대충 심어도 큰 과 없이 풍성한 결실을 맺었었는데 유독 가지만은 수확이 저조해서 그 이유가 궁금하던 차였다. 추위로 들어앉아 있는 이 겨울에 실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가지 재배에 대해 정리하려 한다. 다 아는 것처럼 보여도 가지 모종 심기, 물 주기, 가지 순 치기 등등에서 새삼 알게 되는 부분이 많아 나 스스로도 놀란다.

 

 

1. 가지 알아보기
가지과의 식물은 대개 통꽃이며 꽃과 꽃받침의 끝이 5개로 갈라지고 수술은 5개, 잎은 어긋나고 잎과 줄기에는 털이 많다. 가지를 비롯해 토마토, 감자, 고추, 담배 등이 가지과에 속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거반 가지과라니... 허 참^_^! 열대 지방에서는 관목 형태로 자라는 직립성 다년초지만 우리는 매년 새로 심는 풀일 뿐이다. 인도를 원산으로 신라시대부터 키워 왔으면 주요 작물로 자리 잡을 법도 한데 그렇지도 않은 것이, 일본이 1인당 연간 2kg을 소비하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100g 정도를 먹을 만큼 어느 마을이건 경작 비중이 낮은 작물이 가지다.

 

2. 가지 재배를 위한 사전 준비

1) 연작 금지
가지과의 식물들(가지 토마토 감자 고추 등)끼리는 연작을 하지 않는다. 가지과의 식물을 연작하면 토양의 특정 영양소가 고갈되어 토양의 질이 악화되고, 병충해가 쉽게 발생한다. 또한 토양에 유해물질을 축적하는 가지과 식물의 특성상 식물의 생장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농가에서는 매년 토질 개량을 염두에 두어 시비를 하지만 자연농법을 지향하는 산중에서야 아예 다른 밭에서 키우면 그만이다. 연작 금지 기간은 보통 2~3년이며 이 기간 동안의 대체작물은 다음과 같다.
배추과 작물: 배추, 무, 양배추 등
박과 작물: 호박, 수박, 오이, 참외 등
콩과 작물: 콩, 팥, 땅콩 등
기타 엽채류(시금치, 상추, 깻잎 등)

 

2) 밭 만들기
가지는 사질토건 점질토건 잘 자라는데 이왕이면 토심이 깊고 유기질이 풍부한 비옥한 땅이면 더욱 좋다. 모종을 심기 2~3주 전에 밭을 준비하는데 자랄수록 뿌리가 깊이 내려가는 가지의 특성을 고려하여 땅을 깊이 갈아엎어 흙을 부드럽게 만든다. 열매를 많이 보기 위해서는 퇴비를 충분히 넣어준다. 밭은 수분을 많이 함유하면서도 물 빠짐이 좋도록 해야 하는데 이것이 이랑을 두둑하면서도 높직하게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한편 잡풀 걱정이 된다면 마지막으로 멀칭을 해 둔다(산중 노지에서는 필수).

3) 가지 모종 심는 시기
가지 생산을 주업으로 하지 않는 이상 가지를 씨앗으로 키워낸다는 생각은 안하는게 좋다. 씨앗을 모종으로 키워내려면 2~3개월 걸리는데 힘도 들지만 기껏 몇 본 심을 요량이면서 씨앗이란 말도 안 된다. 지역과 고도, 기상에 따라 5월 초순에서 중순 정도에 동네 시장에서 모종을 사다 심는다. 산중은 추위가 늦게 가고 일찍 오기 때문에 아무래도 가지에게 적정온도와 일조량이 부족한 듯도 싶다. 24년 올해에는 모종 10개 정도 심으려나...

4) 모종 선택, 모종 심기, 재식 간격
모종을 구입할 때는 먼저 시든 잎이나 병든 잎이 없으며 되도록 잎의 광택이 살아 있고 웃자라지 않은 튼튼한 놈을 선택한다. 모종 심기야 모종을 모판에서 들어내어 밭에다 적당히 심어주면 되는 일인데 주의할 점은 적당히 파낸 구덩이에 물을 흠뻑 준 다음에 모종을 심는다는 거. 또 흙을 덮은 뒤에도 물을 충분히 준다는 걸 잊으면 안된다. 이때 모종 간의 간격은 70cm 정도 띄어 준다. 가지는 그늘지는 것을 싫어하고 또 생각보다 키도 크고 몸집도 커지기 때문이다. 재식 간격 때문에 고민할 필요는 없다. 조금 넓게 하는 게 좋은 것이 가까이 붙어서도 스트레스받지 않고 잘 크는 생물이 어디 있겠는가...


3. 가지 재배 및 관리

작물이 병충해를 입는 걸 보면 속이 상하겠으나 다행이도 깊은 산골 작물들은 병이 잘 들지 않는다. 벌레가 문젠데 산속의 온갖 벌레들이 작물에 들러붙는다. 그래도 살충제를 칠 마음은 없다. 그러고 보니 작년에 무당벌레가 잎을 많이 갉아먹었던데(이래서 수확이 아주 줄었나...?) 너나 나나 살려고 하는 짓이다 생각해 보이는 대로 그냥 털어내고 말았었다. 각설하고 모종을 심은 뒤에도 아래와 같이 할 일은 많다.

지주 설치
묘를 정식한 후 바로 지주를 설치해 줄기가 굽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처음 모종을 심으면 뿌리가 깊지 않기 때문에 묘가 성장함에 따라 지상부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여 옆으로 눕는데, 방치하면 굽은 채로 다시 크게 된다. 1.5m 장도의 나무기둥이나 고추 지주를 이용해 묶어 준다. 어떤 지주를 쓰던 중요한 것은 강한 바람이 불어도 쓰러지지 않도록 탄탄하게 박아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비가 오고 땅이 물러진 상태에서 바람이 세면 지주와 가지 나무가 통째로 엎어지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물관리
수분이 부족해도 안되고 많아도 안되는 것은 모든 식물이 다 마찬가지지만 특히 가지 열매는 그냥 물주머니라고 보면 될 정도로 가지는 물을 많이 먹는 채소다. 모종을 심은 처음에는 2~3일 간격으로 페트병 하나 정도의 물을 준다. 어느 정도 성장한 가지는 신경을 쓰지 않아도 잘 자라지만 건조기다 싶으면 4~5일 간격으로 물을 충분히 주는 게 좋다. 우기에는 자주 고랑을 살펴 물고임과 물 빠짐에 주의한다.

웃거름 주기
모종을 심고 한 달 후쯤 웃거름을 주면 좋다. 퇴비나 복합비료를 모종 사이사이에 구덩이를 파고 넣어주면 끝. 멀칭을 한 밭에는 당연히 건너 뛴다.^^

가지 줄기 정리
방아다리를 이루는 2개의 줄기와 방아다리 아래 줄기 중 가장 튼튼한 줄기 1 개만 남겨 총 3개의 줄기를 기본 주지로 삼는다. 가지는 줄기마다 반복적으로 잎 두장이 달린 위에 꽃을 피운다. 이때 꽃 바로 아래 잎에서 곁가지가 나오는 데 충실한 곁가지만 남기고 나머지는 잘라내는 방법으로 각 줄기를 관리해 간다.

가지 수확과 잎 따주기
고추와 마찬가지로 방아다리에 달리는 첫번째 열매는 가지 초기 생육을 위해 제거해 주는 것이 좋다. 가지 과실 1개를 키우는데 필요한 잎 수는 3 장이라고 한다. 두 잎 건너 꽃이 피니까 과실을 보기 위해서는 꽃이 핀 후 위로 1 잎과 아래로 2 잎을 남겨 두어야 된다. 가지는 애호박처럼 과육 내의 씨앗이 여물기 전에 먹는 채소라서 개화 후 20일 전후가 되면 가지를 수확해야 한다. 수확할 때는 아래 2 잎은 제거하고 윗 잎 1개는 남겨둔다. 그러나 잎 따주기는 작물의 상태를 보아가면서 조절해야 하는데 초세가 약할 경우에는 잎을 어느 정도 확보해 주는 것이 생육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4. 나가는 말
한여름에도 서늘함이 느껴지는 산에서는 어쩌면 재배에 부적절할 수 도 있는 게 가지다. 가지는 기본적으로 고온성 작물이라, 생육 최적온도는 22~30℃이고 17℃ 이하가 되면 생육에 지장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도 좋은걸 어쩌랴... 가지를 키우면서 막연히 알던 사실들이 이번 참에 더욱 선명해진다. 가지 연작 금지나 모종 심기, 가지 줄기 정리와 수확 시의 잎 따주기 등 가지 재배에 좀 더 신경을 쓰면 올해는 가지 풍년이 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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