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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야초와 야생

겨울 개구리 - 빙판 위의 사투

by 두_메 2023.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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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에 개구리는 왜 나왔을까?

2020년 1월... 집 앞 웅덩이는 얼어붙었다. 뭔가 꿈틀거리는 게 보인다. 아주 느린 몸짓으로 앞으로 나아가려는 듯 보였지만 거의 제자리였다. 헐... 개구리다. 아니 이 겨울 한복판에 이 친구는 왜 집을 나온 것일까...

양서류... 변온동물... 그래 배웠던 거 같은데... 허참. 체온이 바깥 온도와 같으니 몸이 제대로 움직이겠는가... 

발길이 떨어지질 않는다. 그냥 지켜볼 수 밖에 없는 것이, 하필 웅덩이 한복판에서 움직이고 있어서 거리가 멀어 갑자기 도와줄 방법이 없다. 이 친구야... 그래 뭐 하러 집을 나와... 집 나오면 고생이라고 하덜 안 하나... 그렇지 좀 더 힘을 써 봐라.

너는 왜 앞으로만 가니?

안타까왔다. 제 자리에서 계속 미끄러지면서도 그리고 약간씩 나아간다고 하더라도 점점 가운데로만 용을 쓴다. 다 얼음만 있는 차가움의 한가운데일 뿐인데 말이다. 뒤나 옆으로만 살짝 틀어도 훨 가깝게 흙에 도달할 듯싶은데... 하긴 뒤로 갈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동물은 인간뿐이라고 들은 것도 같다. 개구리도 눈이 바라보는 방향으로만 가도록 천부적으로 세팅된 탓이겠지... 개고생이네... 힘을 써서 뛰어오르려고 할 때마다 발바닥은 얼음에 미끄러지고 만다. 팔다리는 계속 굳어가는 모양인데 어 이거 이러다 저 친구 돌아가시는 거 아니야...?

호생지덕... 나라도 도움이 된다면...

야박한 내 모습이다만 사실 난 한 손에 휴대폰을 들고 있어서 너를 돕는데 한 손밖에 쓰지 못하는구나. 

주의를 둘러 보니 쓸만한 나무토막이 보인다. 아구 이게 근데 한 손으로 들기엔 꽤 무거워. 개구리의 앞 얼음을 깨 준다는 것이 그만 하필 개구리의 뒤쪽 얼음을 깨버리고 말았더군... 그 바람에 개구리는 화들짝 놀라 더욱 앞으로만 가려하고... 쏘리. 아무렴 그 덕에 물까지 다 온 듯하네그려. 조금 더 조금 더 힘을 쓰시게...

개굴형! 꽃피는 춘삼월에 보십시다...

 

춘삼월에 다시 보세나...

물로 들어 갔으니 빙판 위보다는 훨씬 몸 쓰는 게 자유로울 것이다. 부디 집을 잘 찾아 가소. 잘못한 거 있으면 먼저 용서를 빌고 용서할 거 있으면 먼저 용서를 하고... 화가 나더라도 이런 겨울엔 다신 나올 생각 마소...

겨울에 겨울잠을 자야 하는 것은 아마도 몸을 웅크려 자신을 성찰하라는 조물주의 요구와 희망이 아니겠는가. 개굴형! 꽃피는 춘삼월에 다시 보세나. 그때까지 잘 지내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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