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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야초와 야생

산골짝의 봄 - 노루귀와 냉이

by 두_메 2023.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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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밭을 정리해 봄 농사를 준비하다

2023년 중순... 하다가 만 고추밭의 고춧대, 지줏대를 마저 정리하기 위해 나선다. 말라비틀어진 고추를 모두 뽑아 한켠에 쌓고 지줏대를 치우니 훤한 밭에 보이는 건 멀칭비닐뿐. 둘둘 말아 치우면 손쉬울 것 같지만 그도 아니다. 지난가을 이후 비도 맞고 눈도 맞고 고랑의 흙은 두텁게 쌓여 비닐과 한 몸이 되어 있는 터라 비닐을 잡아 털면 찢어지기만 해서 애를 먹었다. 호미로 고랑 흙을 파내면서 비닐을 걷으니 시간도 들고 또 힘든 건 둘째치고 허리도 아파온다. 나중에 터득한 요령이라면 요령인데 우선 비닐을 팽팽히 당긴다. 덮인 흙을 한 번에 털어내 비닐을 빼 낼 생각을 하지 말고 스냅을 이용해 위아래로 흔들어 주면서 적당할 때 잡아 빼는 것이다. 갈수록 비닐 걷는 속도가 빨라져서 내 나름대로는 이게 요령인가 싶었다. 곧 똑같은 일을 반복해야 할 시절이 다가온다. 그렇다면 준비를 해야지... 

봄의 맛 - 냉이

힘들고 허리 아프고 짜증이 올라오니 일하는 와중에도 나 자신을 달래줄 방법이 필요하다. 좋았던 것은 고랑 사이사이마다 냉이가 한창 이라는 사실이다. 비닐을 걷다가 쉰다는 생각에 냉이를 캤다. 열댓 개의 고랑을 정리하며 짬짬이 모아놓은 냉이가 제법 바구니로 하나는 될 듯했다. 오케이... 오늘 점심은 이거 데쳐 먹을 까나...

그런데 냉이는 캐는 것보다 다듬고 씻는데 더 많은 노동과 시간이 들어간다. 배는 고픈데 한 번 시작한 일이라 중간에 멈출 수도 없고 하여간 쪼그리고 앉아 일을 끝낸다... 야호... 물을 끓여 냉이를 살짝 데치면 그것으로 점심 반찬 준비는 끝이다. 어제 먹다 남은 냉이된장국에 밥을 말고 데친 냉이와 초고추장을 준비해 앞마당에 자리를 잡았다. 마당엔 개구리 합창이 요란하다.

웅덩이의 산개구리들은 마당에서 내려다 보아도 산란 짝짓기에 정신이 없어 보이는데 요란한 합창은 주기적으로 시작하고 끝나고를 반복한다. 마치 이들 중에 선창자 혹은 무리의 지도자가 있어 정확하게 떼창을 조율하는 느낌이다. 하여간 봄은 봄인 듯한데 개구리 소리를 들으며 초고추장에 냉이를 푹 찍어서 먹는 맛... 정말 봄이다. 이게 정말 봄의 맛이로구나... 

 

 

데친 냉이를 초고추장에 푸~욱...이게 바로 봄의 맛!

계곡 경사면에 노루귀는 피어나다

고로쇠물을 확인하러 채비한다. 계곡을 따라 내려가며 만나는 숲은 아직 봄의 풍광을 주지 않는다. 두텁게 내려 앉은 누런 낙엽과 앙상한 겨울 가지의 모습들... 하지만 몸과 느낌에 와닿는 기운은 완연히 봄이긴 했다. 왠지 모를 자연의 느낌이랄까...ㅎㅎ

고로쇠나무를 만나러 가는 중간, 급한 경사길이 있다. 턱턱 내려가는데 아니 이게 뭔가...? 보라색이라고 해야 하나 자주색이라고 해야 하나 오솔길 한복판에 떡하니 작고 예쁜 꽃이 올라와 있다. 이거 노루귀 아닌가..

3월부터 핀다고 책에 적혀 있는데 어김없이 올라오긴 하네. 헐... 사진을 찍고 둘러보니 여기저기 많이 보이지 않는가. 흰노루귀꽃, 청노루귀꽃 등 어우러져서 흐드러져 있네그려... 반갑네. 꽃이 지면 노루귀를 닮은 잎사귀가 쑥쑥 올라오겠지... 노루귀 잎사귀로 나물 무침 해 먹을 까...ㅎㅎ. 갑자기 너무 나가나... 헉.

산골짝의 봄은 왔는가

막상 고로쇠나무는 봄이 아닌 듯했다. 페트병에 담긴 수액은 이틀 만에 왔는데도 절반도 되지 않고 비어 있는 것도 보이니 이제 수액은 시기가 다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날짜 상으로는 아직도 많이 남았는데...

요즘 날씨를 생각해 보면 고로쇠의 반응도 이해할만하다. 밤에는 얼음이 얼고 낮에는 또 이상하게 기온이 올라가니 어느 쪽도 고로쇠에게는 헛갈리는 상황이다. 저녁에 장작을 지피지 않으면 밤에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니... 그래도 개구리 소리를 들으면 봄이 오는 걸 막을 수는 없겠다 싶다. 산골짝에도 봄은 오는데 겨울 같은 봄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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